Home » 지상중계/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3)

지상중계/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3)

“성찰은 또 하나의 창조와 전진”

박노해(시인, 나누는 학교 교장)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반드시 중간에 말을 쉬게 하는 전통이 있다. 그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영혼이 따라오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50년 동안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인들이 가슴을 열고 귀담아 들어야 하는 ‘영혼의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노동자 시인’에서 ‘나눔 전도사’로 변신한 박노해 시인은 지난 3월 25일 ‘글로벌 시대와 나눔의 철학’을 주제로 한 조찬강연의 서막을 인디언 이야기로 열었다. ‘성찰 없는 전진’을 통해 ‘창조 없는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발걸음을 멈춘 채 숨을 고르며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싶었으리라.

사실 정신 없이 달리면서 정작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만큼 답답하고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죽음과 같은 극한 상황 앞에 놓여야만 겸허하게 체득하게 되곤 하는 성찰은 또 하나의 창조와 전진이라는 것이 박 시인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그는 두 가지의 체험적 고백을 털어놓았다.

“오랜 수배 끝에 체포된 후 법정에서 사형을 구형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길에 한 젊은 교도관이 끼워준 헤드폰을 통해 소련의 붕괴를 알리는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 독방으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은 뒤 깊은 묵상에 잠겼다. ‘사회주의란 무엇이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그리고 나는 체제와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는 버리되 정신적 가치로서의 사회주의는 어떤 경우에도 지키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정신적 가치로서의 사회주의는 인간적 존엄, 평등과 나눔을 소중히 여긴다. 특히 박노해 시인은 감옥 안에서 한 기업가 출신 사형수와의 만남을 통해 나눔의 철학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사형장으로 끌려가기 며칠 전에 그분이 했던 말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좋은 일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행복도 나누기 위해 돈을 모으려 발버둥쳤으나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죽게 됐다’면서 ‘나눔이란 내 것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그리고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임을 죽음을 눈앞에 둔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노해 시인이 출옥한 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러나 그를 알던 많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충격적으로 ‘나눔 전도사’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출옥 이후 6년 동안 ‘비극의 전장’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자본의 첨단’ 미국 월가까지 1백여 개 이상의 나라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그의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2002년에는 붉은 악마, 노사모, 촛불시위의 ‘문화혁명’을 잇따라 지켜보면서 68혁명 당시 마르쿠제가 말했던 ‘감성의 혁명’이 과연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인정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배제하거나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영혼의 눈’이 필요하다. 그것은 종교나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나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유권자와 고객의 마음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볼 줄 알고 읽어내는 정치인과 경영자가 선거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지 않은가.”

박노해 시인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4가지 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생태위기, 전쟁위기, 새로운 빈부격차, 영혼의 불안이 바로 그것이다. 박 시인은 그것을 극복할 때 생명, 평화, 나눔, 참사람의 희망과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조찬강연의 막을 내렸다.

다음 조찬강연은 오는 4월 1일(목) 오전 7시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다. 김수경 한국대체의학연구소 소장이 ‘사람은 왜 아픈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289번길 20 (스타트업 캠퍼스) 3동 411호 (우) 13488
T. 02-2203-3500 | F. 02-2203-1974
인간개발연구원 | 대표: 이상욱 | 사업자등록번호: 211-82-09174
Copyright(C)Korea Human Development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