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3시50분쯤 서울 종로타워의 웅진그룹 인재개발원실. 15개 계열사 상무보급 이상 임원 중 해외 출장자 셋을 제외한 65명이 다 모였다. 도착한 순서대로 출석부에 사인하고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웅진코웨이와 새한의 공장이 각각 있는 충남 공주와 경북 구미에서 올라온 임원들 얼굴도 보였다. 이날은 웅진그룹의 임원 대상 웅진최고경영자(WE-MBA) 과정 개강일.
윤석금(사진) 웅진 회장은 정확히 4시가 되자 임원들 앞에 나타났다. “질문을 많이 하고 열심히 토론해야 해요. 임원 교육을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받아야 웅진이 살아 있는 조직이 됩니다.”
웅진 임원들은 이날부터 12월 초순까지 33주간 매주 월요일 세 시간씩 최신 경영 트렌드와 마케팅 전략·리더십 등을 배운다. 해외 출장 같은 부득이한 사정을 제외하면 불참은 불가다. 출석률은 연말 성과급과 승진 심사에 반영된다. 아무리 중요한 결재 사안이 있어도 강의 후로 미뤄진다.
윤 회장은 “임원을 하려면 업무시간의 절반 정도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3년 전에 세우고 이런 과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묵은 지식으로 어떻게 변화를 좇아가느냐”며 “중대 의사결정을 할 임원이 무식하면 아랫사람의 아이디어를 죽인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교육 경영론’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경험에서 비롯됐다. 웅진은 당시 경기가 급랭하면서 정수기·비데 판매가 크게 줄어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이때 윤 회장은 한 달에 2만원 받고 정수기를 빌려주는 렌털사업을 도입해 성공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이 힌트를 얻은 곳은 새벽 공부 모임인 인간개발연구원 조찬 강좌였다.
웅진의 경우 임원은 연간 110시간, 부장급은 120시간, 팀장급은 200시간 사내 의무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독서토론회(문붕독서대학) 같은 숱한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윤 회장 스스로도 1주일에 사흘은 반드시 외부 교육을 받는다. 웅진이 한 해 공식적으로 쓰는 사내 교육비는 1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세계적인 기업의 교육량과 질에 비하면 우린 내세울 것도 못 된다”며 “교육은 당장 눈에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몇 년 지나면 훌쩍 커버리는 나무처럼 뭔가 남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웅진이 전 임직원 교육을 강화한 3년 전 1조8000억원대였던 그룹 매출이 지난해 3조3000억원대로 훌쩍 뛴 것도 교육의 힘이라고 윤 회장은 믿는 듯하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