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을 경계하라
그가 책에 쓴 심리학 신화 50가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일주일로도 부족할 것 같았다. 호기심을 잠시 누르고 질문을 돌려 보았다.
―왜 심리학 신화 사냥꾼이 됐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10대가 되어 심리학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저는 과학을 사랑하는 것은 곧 진리를 사랑하는 것이고, 진리 탐구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리 탐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진실이 아닌 것을 찾아내 뿌리 뽑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물의 가장 밑바닥까지 가보고 싶다는 것이죠. 이는 필연적으로 신화(myth)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어 갑니다. 과학의 역사란 신화를 수정해온 역사에 다름 아닙니다.”
―”과학은 상식이 아니다(Science is uncommon sense)”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의미는?
“오늘 아침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Sagan)의 책을 읽었는데, 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더군요. ‘우리의 직감과 상식에 맞는 것이 사실은 잘못된 경우가 많다’라고요. 예를 들어 지금 우리는 이렇게 앉아 있고, 움직이고 있다고는 전혀 느낄 수 없지만 사실 우리는 초당 수백 마일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지구도 움직이니까·편집자 주)
과학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가 끊임없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과학의 수많은 진보는 사람들이 상식을 거슬러 감으로써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심리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를 이해하는 능력은 인간에게 원초적으로 부족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직감에 의존하게 되죠. 하지만 이것은 우리를 옆길로 새게 만들고 실수를 하게 만듭니다.”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한데도 사람들은 비행기 사고가 더 많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신종플루(swine flu)도 비슷한 경우인가요?
“애틀랜타에는 큰 공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친구를 차에 태워 30분간 운전해 거기로 데려다 주고 나서 한다는 말이 ‘안전한 여행이 되길 바란다!’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안전한 여행을 빌어줄 사람은 제가 아닌 제 친구입니다. 제가 사고가 날 확률이 그 친구의 몇백 배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요? 애틀랜타에선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거의 매일 같이 생겨나기 때문에 뉴스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행기 사고가 나면 1면 톱 기사가 됩니다.
신종플루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것은 분명히 위험하고 끔찍한 것이죠.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때문에 죽죠. 하지만 신종플루가 다른 종류의 유행성 감기보다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거나 매우 적습니다. 여기 에모리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가 있는데 거기서도 그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디어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니까 그렇게 믿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현대 세계에 살고 있지만 뇌는 석기(石器)시대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디어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직관을 항상 신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회복력이 강하다
―금융위기와 함께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매우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에 대니얼 카너먼(Kahneman)이 심리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요즘 댄 애리얼리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동안 경제학이 그럴 듯하지만 사실은 거짓인 모델에 지배돼 왔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 선택 모델이 그것입니다. 인간은 합리적 주체이고 늘 비용과 편익을 조심스럽게 따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인간이란 끔찍스럽게 비합리적인 존재입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의 예를 들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인생은 늘 ‘하느냐, 마느냐’로 점철돼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좋은 직장을 찾는 것이야. 그렇게만 되면 난 행복해질 거야’라는 식이었죠. 그러나 심리학 연구결과를 차치하고라도 저는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사람은 늘 부정적인 일이나 긍정적인 일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기분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당첨 직후에는 정말 행복합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 다시 측정해 보면 당첨 이전 상태로 기분이 돌아간다는 겁니다.
9·11 테러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 일 이후에 많은 전문가들은’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급격히 퍼지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도 그런 환자는 결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상심하고, 불안해하고, 화가 나고,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몇 달이 지나자 원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람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회복력이 강하고(resilient), 역경을 잘 극복해냅니다.”
―’다른 사람에게 원하는 행동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하는 반응이 나올 때 간헐적으로만 보상해주는 것’이라는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이죠. 개나 고양이를 훈련시킬 때 묘기를 부릴 때마다 먹이를 주면 좋지 않습니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당장 멈춰 버리니까요. 좋은 방법은 간헐적으로 보상하는 것이죠. 시간은 좀 더 걸릴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인간 세상의 카지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씩 잭팟이 터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학대적인 관계(abusive relationship)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도 그것입니다. 학대적인 파트너라고 해서 늘 못되고 비열하게 구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간헐적으로 보상을 하죠. ‘정말 미안해. 내가 그렇게 굴다니. 다신 안 그럴게’하면서 잠시 동안 잘 대해 줍니다.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꽃을 선물하기도 하죠. 하지만 머지않아 그들은 예전 버릇으로 돌아갑니다.
학대적 관계의 피해자들은 ‘간헐적 보상’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알고 나면 인생이 달라질 겁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이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심리학을 모르거나 잘못 이해해서 불건전한 관계에 빠져들어 버리고 말죠. 많이 알면 알수록 잘못된 관계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약 2시간의 인터뷰 동안 기자의 심리학 상식들은 무참히 깨져갔다. 하지만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흥미로운 대화였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늘 진실을 추구하려는 치열한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는 다시 ‘신화 사냥꾼’이 되어 책 무더기 속으로 돌아갔다.
릴리언펠드 교수는
임상 심리학자. 코넬대 심리학과를 나와 미네소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리학 신화 사냥꾼’으로 유명하지만 학문적으로 주된 연구 분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psychopathic personality)에 관한 것이다. 죄수들에 대해 연구하기도 한다. 1998년 미국 임상심리학회가 공헌도가 높은 학자에게 주는 데이비드 샤코우(David Shakow) 상을 수상했다. 임상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학술지인 〈정신건강 과학 리뷰〉의 편집자이다.
맨 윗 문장에 나오는 문제들의 정답
①(×) 술의 종류가 아니라 마신 양으로 술 취하는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②(×) 모차르트 효과는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③(×) 개는 적록 색맹이지만 파란색과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볼 수 있다.
④(×) 1950년대 제임스 비커리라는 마케팅 컨설턴트는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3000분의 1초 동안 화면에 반복해서 메시지를 띄워 관객들이 팝콘과 코카콜라를 많이 사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많은 비판을 받은 뒤인 1962년 비커리는 한 망해가는 컨설팅 회사를 살리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라고 인정했다. 현재까지도 잠재의식 메시지가 소비자의 결정이나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⑤(×) 대부분의 연구에 따르면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의 질이 개인들 각자가 내놓은 아이디어의 질보다 떨어진다.
출처:〈 유혹하는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