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제국 로마의 역사를 창업과 승계 관점에서 조명한 양병무의 ⟪행복한 로마 읽기⟫
“로마 역사를 창업과 승계 관점에서 살펴보니 더욱 흥미롭네요.”
천년제국 로마에 대한 글을 읽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년 역사에는 실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로마제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태동기, 성장기, 안정기, 혼란기, 쇠망기의 단계를 거쳤다. 천년의 장구한 역사 속에는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이 대부분 들어 있다. 로마 역사 속에 우리의 고민에 대한 해답이 있는 것이다.
로마제국의 정치체제는 왕정, 공화정, 원수정, 전제정의 단계를 거쳤다. 각 단계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그 진단과 해법도 다르다. 새로운 체제를 세우는 것을 창업이라고 한다면, 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승계다. 흔히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말한다. 승계가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그래서 천년제국 역사를 창업과 승계의 관점에서도 바라보게 되었다.
첫째, 왕정 체제(기원전 753~509)의 승계 원리는 종신제다.
둘째, 공화정 체제(기원전 509~27)의 승계 원리는 매년 집정관 선거를 통해 이루어졌다.
셋째, 원수정 체제(기원전 27~서기 284)의 승계 원리는 후계자가 1인자, 즉 원수가 되어 원로원의 승인을 얻었다.
넷째, 전제정 체제(서기 284~476)의 승계 원리는 동양식 전제군주제를 도입하여 세습이 공론화되었다.
로마는 1,229년 동안 정치체제를 변화시키면서 오늘날 유럽이 탄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로마처럼 1,000년 넘게 장수한 제국은 없다. 로마가 천년을 지속하는 동안 서양에서는 그리스, 마케도니아, 카르타고, 갈리아, 브리타니아, 시리아, 이집트가 로마의 속주가 되었다.
한편 동양에서는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를 거쳐 진시황이 기원전 221년에 중국 최초로 전국을 통일하고 황제가 되었다. 하지만 진나라는 15년 만에 멸망한다. 그 후 전한, 신나라, 후한, 위·촉·오의 삼국시대, 서진과 동진, 남북조 시대가 열렸다. 이처럼 천년제국 로마가 존속하는 동안 중국에서는 많은 왕조가 흥하고 망했다.
천년제국의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지혜와 교훈은 참으로 많다. 공화정에서는 로마의 역동적인 성장 동력을 배울 수 있다. 개방성과 시스템 구축, 인프라 정비, 메뉴얼 작성, 로마법의 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 생생한 리더십을 학습할 수 있다. 동시에 매년 집정관 선거를 통해 유능한 인재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또 카이사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배울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보이는 세계에 집착하여 현실에 머무른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통찰력을 발휘하여 제국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후계자라는 유언장만으로 14년 동안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인 결과 1인자가 되었다. 그는 카이사르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면서 동시에 보이는 세계도 중시하는 혜안을 가졌다. 카이사르의 급진적인 개혁에서 교훈을 얻어 원로원을 존중하면서 점진적인 혁신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철저한 목표관리를 통해 카이사르가 원하는 방향으로 로마제국을 이끌어 원수정 체제를 확립했다.
공화정 체제의 강점과 카이사르 및 아우구스투스의 개혁과 혁신 과정을 비중있게 다룬 이유는 로마는 공화정으로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를 통해 안정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 후 황제들은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가 깔아놓은 정치 시스템 위에서 팍스 로마나 200년이 지속되었다.
그래서 “공화정처럼 시스템을 구축하고, 카이사르처럼 창업하고, 아우구스투스처럼 승계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독교의 탄생과 탄압, 기독교의 공인과 국교 인정 그리고 기독교가 유럽사회에 미친 영향도 함께 살펴보았다.
역사는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
로마의 성장과 달리 로마가 쇠망하는 모습은 반면교사가 된다. 로마 성장의 동인들이 사라지면 곧 쇠망의 원인이 되고 만다. 쇠망의 원인은 무엇인가? 개방성의 실종, 시스템 붕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실, 경제력의 쇠퇴, 야만족의 침입 등 다양하다.
영국의 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천년제국 로마 역사에서 많은 사례와 인물들을 통해 강점은 배우고 약점은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민족은 반만년 역사를 통해 숱한 외침을 겪고도 살아남아 세계에 주목받는 민족으로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최초의 나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한류 열풍, K컬처를 만들어냈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 산업화를 넘어 디지털 시대와 AI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승계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승계 문제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 창업과 함께 승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양병무 기자


